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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니까 했지요, 나쁜 거면 안 했지”-제주 느영나영 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정열


과학하는 농업인? 철학하는 농업인!

“처음에는 이거(농사) 배우려고 산지농가나 농업관련 연구기관들을 많이 찾아 돌아다녔어요. 모르니까. 모르면 갑갑하니까.”


제주 느영나영 영농조합법인 김정열 대표가 말하는 ‘몰라서, 갑갑해서’ 시작된 학구열은 친환경 농사,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어온 농사가 아니기 때문에 농사를 시작하면서 그는 무엇보다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는데 골몰했다. 심지어는 외국 논문을 번역 요구해서 그 번역본을 공부하기도 했다. 농업 관련 서적들을 찾아가며 농약, 비료에 대해서도 성분, 역할 분석 등 엄청난 양의 공부를 했다. 이런 방식으로 남들이 재배하지 않는 부분을 건드려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실제와 이론은 달랐다. 노지에서 밭작물을 재배하다가 시설 농사를 지으면서부터는 아예 농약과 비료를 딱 끊고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화학 농약과 비료가 상상외로 더 지독하고 나빴다. 나쁜 걸 계속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관행농에서 친환경 농사로 전환하며 그의 학구열이 식었는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다.

“무지하게 공부했어요. 이 친환경 농업이라는 것이 사실 굉장히 과학적이라서 그냥 마구잡이로 접근하면 그르칠 수 밖에 없거든요. 어떤 사람이 친환경 액비를 잘 만들어서 배추 재배하는데 10리터를 써서 배추 농사가 풍년이 들었어, 그렇다고 다른 농가도 다 10리터씩 쓰면 되냐. 아니지. 그게 토양이나 액비 성분을 다 분석해서 그거에 맞춰서 시료를 해야해요. 어쩌면 일반 관행농보다 더 과학적이죠. 그런데, 그 과학적인 접근에 일단 익숙해지면 전혀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그는 그 과학적인 접근 속에 큰 철학을 얻었다. 농업이 과학화 되면 자연을 극복할 수 있을거라던 믿음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 된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제주에서 농사를 지으면 한라산 산신령님이 90~95% 농사를 지어줘요. 나머지 10~5%만 사람이 짓는거죠. 즉, 자연이 다 알아서 하는 거예요. 그 자연에 순응해 가면 갈수록 친환경 농업의 본질에 가까워지고요. 인위적으로 농사를 짓겠다라고 하면 절대 유기농업은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연이 알아서 다 한다고 해서 그냥 놔두는 게 아니라 그 시기에 필요한 작물, 풍종 선택, 자연의 흐름을 읽기 위한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해요. 5~10%를 차지하는 사람의 역할, 과학적 지식이 하는 일 인거죠.”

과학에서 산신령으로의 비약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눈빛에 그가 친환경 농사를 천업으로 깊게 보듬고 있음이 느껴졌다.

“사람이 지가 잘나서 농사를 잘 짓는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얼마만큼 자연에 순응하고 맞춰가느냐가 중요하죠.”

십년, 친환경 농사를 지어오면 그가 깨우친 철학이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법

튼튼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자연에 순응하고 맞춰가는 그를 닮아, 우직한 속도로 호박과 오이가 영글어 가고 있었다. 자유롭게 자라도록 내버려 둔 오이와 달리 호박은 규격화된 비닐봉지에 담겨져 있었는데, 소비자의 선호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담담히 말하면서도 그의 낯빛에는 속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친환경 농산물, 특히 유기농산물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비싸다고 외면하는 소비자들을 떠올리자 얼굴색은 한 층 더 무거워졌다.

“요즘 사람들, 운동이 필요하다고 헬스장 다니면서도 헬스장까지 조금 걷는 게 귀찮고 힘들어서 자동차 타고 다니잖아요. 마찬가지예요. 몸에 좋다고 값 비싼 비타민은 챙기면서 정작 제일 기본이 되는 먹거리는 신경을 안 써요.”

외국에 나가서 사과 껍질을 벗겨 먹는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에 웃음 끝이 씁쓸했다. 사과껍질만 죽어라 깎아대는 ‘눈 가리고 아웅’ 의 사고방식. 어차피 뿌리를 타고 올라온 독한 농약 성분이 과육 속속들이 퍼져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가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타성일 수도 있다. 당장 결과가 드러나는 게 아니니까 구지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그러나 사실, 그의 말처럼 우리 생활 습관 중 가장 중요한 건 식습관의 변화임이 분명하다. 질병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바로 식습관이라는데 이 점은 더욱 확실해 진다. 우리 몸에 직접 작용하는 게 먹거리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연하게 비싸다고만 여겨지는 유기농산물도 심각하게 계산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4인 가족의 경우, 한달에 1인당 2만원씩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농산물에서 과일까지 다 친환경농산물 먹을 수 있어요. 한 달에 8만원이 큰 돈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일반 가정에서는 외식 한 번 덜 하거나, 커피 두어잔 덜 마시거나, 술자리 한 번 줄이면 한 달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겁니다. 병 걸리고 나서 그때서야 부랴부랴 유기농 찾는 사람들 보면 참 안타까워요. 유기농산물 먹는다고 병이 안 걸리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연을 거역하며 사는 건 아니니까. 아무리 도시에 살더라도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거니까, 낫지 않겠습니까.”


고비는 넘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넘기 위해 존재 한다

“힘든 적은 없습니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고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예의 그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또 한 번의 우문현답이다. 좋은 거면 한다, 나쁜 건 하지 말자, 라는 단순하고 간단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힘들다는 걸 모르고 지내왔다. 고비도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풀어 가면 그만이었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와 유기농산물에 대한 믿음을 일으키는 일.

“외국에서는 유기농산물 인증을 내 줄 때, 사람을 보고 줍니다. 그 사람이 지었기 때문에 믿는거죠. 사실, 아무리 유기농산물을 지어도 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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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랑의 ‘꾸러미’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005년, 도시와 농촌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을 찾던 중 ‘농산물을 어디에 팔지 걱정하지 않고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싶다’는

농민들의 목소리에서 힌트를 얻어 친환경 농산물을 4인가족이 일주일 정도 섭취할 수 있는 품목으로 꾸러미 형태의 상품을 만들어

SK 구성원에게 직거래 형태의 유통으로 기획된 것이 ‘자연이랑 꾸러미’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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