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아버지께 편지 올립니다.
아버님 전상서,
최근에 교통 사고를 다하셨는데도 찾아 뵙지 못해 송구스런 마음으로 편지 올립니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저의 어린 자식들을 보며 느낍니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임에도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 속의 향기를
언뜻언뜻 호준이 유진이와 살 부비며 살면서 느껴 지는 걸 왜일까요
아버지의 까칠까칠한 턱 수염을 만지며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를 아득한 기분에
우리 애들의 볼에 제 턱수염을 비벼보면
간지럽다고, 따갑다고 질겁하는 아들 녀석을 보며 눈물 흘립니다.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를 온몸에 적시면서 저를 깨워 운동 가자고
동명불원(동네 산 넘머 중턱에 있는 절)까지 그 경사 높은 곳을 걸어 올라 대웅전 앞에서 기도하던 모습,입사 한 첫 직장에 서류 가방이 필요할 거라며 창피하다는 마음을 무시하시고
그 옛날 ‘007’가방 같은 걸 사주시며 가지고 다니라고 하시던 그 모습에서
미워할 수만 없는 당신의 향기를 느낍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되어서야 당신의 마음을 알 것 같아 괜스레 화가 나곤 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건강하십시오,
유기라이프에서 좋은 기회주셔서 참 감사드려요..
부모님께 오랜만에 편지 써보네요..
늘 행복하세요~
세상에서 젤 사랑하는 부모님께..
엄마아빠~나 셋째딸 윤선이야..
지난주에 엄마아빠 오셔서 넘 행복했어..벌써 내려가신지 일주일 됬네..
그날 내가 눈물 보여서 엄마까지 눈물 나게 하구 미안해요..
정말 오랜만에 엄마아빠한테 편지 쓰는거 같아..
아마 중학생때 이후론 안쓴거 같은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와서 이렇게 쓰고 있어..
결혼하고 서울로 와서 일년에 서너번 밖에 엄마아빠 뵙질 못해 너무 죄송해요..
그래서 그런지 지난주에 엄마아빠가 오신게 믿어지질 않아..
찬이도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우리 둘째 라미도 아직 말은 못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스한 품을 꼭 기억하고 있을거야..
멀리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아님 결혼하고 철이 들어서인지..
엄마아빠가 너무 고맙구 존경스러워..
나 애둘 가지고도 힘들어서 절절매는데 엄마아빤 어찌 5남매를 다 키워주셨을까?
생각만해도 너무 힘드셨을텐데..
더많이 잘해드리고 더많이 연락드리고 더많이 효도 하고 싶어요..
우리 사랑하는 부모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언제나 두분 신혼처럼 사시는 모습 볼때마다 오빠랑 나두 그렇게 살고 싶어요..
늘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살아요..
엄마아빠~사랑해요♡
2008년 11월5일..셋째딸 소화데레사..
할머니.
저예요, 할머니네 밥상을 제일 좋아하는 큰손녀 예인이.
편지를 쓰려고 할머니를 부르니까
오늘 할머니는 어떤 반찬을 밥상에 올리셨을지 궁금해졌어요.
새송이 버섯 야채 볶음? 가지나물 무침? 오징어 숙채?
전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나물이랑 장아찌, 잡곡밥이 제일 맛있어요.
여러가지 곡식을 섞은 잡곡밥이랑 할머니가 손수 만든 장아찌를 함께 먹고 있노라면
어느 잘 차려놓은 한정식집 밥상이 부럽지 않은걸요.
할머니는 제가 밥을 먹으면서 "난 할머니 집 밥이 제일 맛있어~"라고 할 때마다
"딱히 맛난 반찬도 없는데 뭐가 맛있냐"며 웃으시죠.
그런데 전 알거든요. 할머니네 밥과 반찬은 할머니 정성이 가득한 것이라는 걸.
할머니는 조미료도 안 쓰고, 손이 많이 가도 일일이 시장에 가서 직접 고르고
다듬어서 만드시잖아요.
아마도 제가 햄버거보다 과일이나 야채를 더 좋아하는 건,
그리고 라면이나 빵보다 밥과 떡을 더 좋아하는 건 다 할머니 손맛 때문일거예요.
편지를 계속 쓰려니까 입에 자꾸 군침이 돌아요. 할머니의 손맛이 떠올라서요.
할머니 찾아뵈러 가야하는데 무슨 일이 많다고 얼굴 한 번 못 보여드리는지..
자주 놀러가겠다고 해 놓고 잘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11월 가기 전에 한번 찾아뵐께요.
요즘 감기가 독해서 사람들이 고생이래요.
할머니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잘 지내세요.
곧 놀러갈께요-!
손녀 예인드림.
사랑하는 엄마께
쌀쌀해진 가을문턱으로 어느덧 찾아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