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이름을 남기는 닭
“맛있어요. 무엇보다 잡내가 없어요. 닭 육수 낼 때, 닭 요리 할 때, 이것저것 양념 넣죠, 그게 다른 이유도 있지만 닭 비린내 없애려고 하는 목적이 제일 크거든요. 그런데 우리 청풍명계 닭은 비린내가 없어요, 그냥 맹물에 넣고 끓여도 깔끔하고 구수하죠. 아무 것도 안 넣었는데도 얼마나 뽀얗고 담백한지,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해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데, 충북바이오축산영농조합 신용기 상무의 얼굴에는 청풍명계 닭 맛을 직접 맛보여 주지 못해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들이 기른 닭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가 이처럼 청풍명계 닭을 거리낌 없이 자랑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정성 들여 철저한 관리체제 하에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철저한 관리란, 3년 전 특허를 받은 무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과 친환경 무항생제 사료. 대기업에서 조차 노하우가 없어 무항생제 사육을 하지 못 해 청풍명계에 닭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니, 자랑할 만한 내용임은 틀림없다.
“특허 된 사료는 마늘, 한약재로 되어 있어요. 57가지 한약제가 들어가 있는데, 감기, 장염 예방 치료와 보약기능까지 바이오 1,2,3,4로 기능별로 나뉘어져 있죠. 우리 청풍명계 닭을 기초과학연구원에 보내 생체 성분검사를 해 보면 체 조직 내에 마늘의 알리신 성분이 70%가 침착이 되어 있고, 지방이 일반 닭의 60% 밖에 되지 않아요. 일반 닭과 비교할 때 차이가 확연하죠.”
이렇게 좋은 사료를 먹인 닭은 도계에 애를 먹을 정도로 건강하고 힘이 좋다.
“조류독감요? 것두 자신합니다. 와도 안 걸린다고. 김치를 먹는 한국 사람은 조류독감 절대 안 걸린다고 했잖아요. 청풍명계 닭도 마늘을 많이 먹기 때문에 기본 체력이 있어 우리는 조류독감에도 자신이 있어요. 오히려 테스트를 한 번 해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사료의 성분과 효과에 대한 신뢰는 가족이 감기에 걸렸을 때 닭에게 먹일 한약 팩을 가져다 먹인 적도 있다는 신용기 상무의 우스갯소리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더 주목할 점은 청풍명계의 닭이 먹는 것이 100% 무항생제 사료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무항생제여야 하는가?
밥상 위의 항생제를 치워라
중국에서는 항생제 남용으로 매년 8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항생제 남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항생제의 가장 큰 폐해는 다중내성을 가진 슈퍼 세균을 길러낼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항생제의 남용은 면역기능을 급격히 떨어뜨려 암, 간염, 관절염, 알러지, 에이즈 등을 불러올 수 있고, 영양소 분해와 흡수, 세균 증식과 암등을 억제하는 기능의 장 내 좋은 박테리아를 죽여 원인불명의 피곤함, 소화불량, 설사, 변비, 장염, 질염, 신장방광염, 입안백태, 월경통, 관절염, 근육통, 여드름, 어린이 정서불안 등 수많은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생제의 위험을 알고 약 처방이나 주사에 신중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밥상 위에 보이지 않는 항생제까지 골라 낼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위험한 항생제가 내 아이가, 부모님이, 아내가, 남편이 먹는, 먹었던 음식들에 마구잡이로 들어 있었다면, 실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밥상 위의 항생제는 주로 항생제가 투여된 축산물을 통해 전달된다. 항생제를 쓰면 불결한 환경에서도 가축들이 적당히 잘 자라기 때문에 사료에 항생제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도 정해진 양 만큼만 사용하고 잔류기간을 잘 시켜 출하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닭에 병이 돌 때,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서만 적정량의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농민이 스스로 판단해 항생제를 남용하는데서 벌어진다. 심지어는 특별한 병이 돌지 않아도 노파심에, 혹은 관행적으로 가축에게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몇 백 미터 전방에 가면 농장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요. 냄새가 나거든요. 소화 잘되고 정상적으로 자라는 닭의 분변은 냄새가 안 나죠. 항생제 많이 쓰는 농장은 냄새가 지독하게 많이 나요. 그런 곳이 또 생균제도 많이 씁니다. 잘 자라라고 생균제 투여하고 병 돌지 말라고 항생제 먹이면 그 독한 항생제에 생균이 제대로 작용하겠습니까?”
무항생제 닭 청풍명계를 키워낸 장본인인 충북바이오축산영농조합 이준동 대표. 그의 언성이 다소 격해졌다. 그에 공감하는 게, 떠올리기만 해도 참 답답한 상황이다. 그의 말처럼 항생제는 특정 세균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생균제와 항생제를 함께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니 생균제만 믿고 키운 닭들은 시들시들하고 그러면 또 항생제를 더 많이 쓰게 되고.. 악순환이다. 이렇게 가축을 사육할 경우 그런 항생제가 고기 내에 남아 사람들이 섭취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항생제를 쓰지 말라고 하면 항생제를 써도 이런데.. 해요. 오염이 극에 달해 있는데 그걸 몰라요. 세균이 30%만 남아 있어도 내성을 가진 세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거예요. 그럼 또 더 독한 항생제를 써야 하고.. 나중에는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져요. 망하는 거죠. 나만 망하면 모르는데, 그걸 모르고 먹는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이준동 대표의 목소리에 탄식이 섞여 나왔다.
“사람 몸에 안가면 자연으로 가요. 결국은 그것도 땅에 나는 농산물을 통해서 다 사람 몸으로 가는 거죠. 그러니 무항생제여야 한다는 겁니다. 아토피 앓는 아이들, 항생제 전혀 안 쓴 닭, 돼지고기 먹으면 과민반응 절대 안 옵니다.”
무항생제 닭이어야 한다고, 그래야 내가 살고 남이 살고 환경이 살아난다고, 그는 닭을 키우는 곳, 닭에 대한 논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득달같이 쫓아 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현제 친환경 육성법에는 수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투여 된 항생제가 도계 후 제품에 잔류량 기준의 1/10 미만이면 무항생제로 인정한다는 법규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는 이 법률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항생제는 1g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만일 그럴 경우, 정확한 수치를 고지해 소비자가 판단,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청풍명계의 닭은 종계장에서 온 병아리 때부터 성계가 될 때까지 절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처음에 관행으로 닭 키우던 사람이 우리 청풍명계 프로그램으로 무항생제 닭을 키우다 보면 굉장히 불안해해요. 습관이 남아서. 이때쯤이면 항생제를 먹여야 하는데 하는 유혹에 시달리는 거예요. 그런데 억지로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몰래 할 수 있으니까 아예 그럴 때는 우리랑 상의를 하게 해요. 그래서 꼭 필요하면 항생제를 처방하고, 대신 그 닭은 일반 닭으로 내 놓으면 되니까요. 항생제 쓴 닭이 청풍명계 이름 달고 절대 시장에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죠. 닭이 모자라서 못 주면 죄송하다고 머리 숙여 사과하더라도 일반 닭 섞어서 양을 맞추는 경우가 없어요. 그래야 청풍명계 이름 붙은 건 100% 무항생제라는 걸 소비자가 믿을 수 있지요.”
여러 농가에서 청풍명계 닭을 키우기 때문에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아직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던 농가들도 이제는 청풍명계의 특별한 노하우면 무항생제 닭이 ‘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다
“닭은 딱 한 가지 소리로 운다고 생각하는데, 우는 소리가 달라요. 배고프다고, 불편할 때, 감기 걸렸을 때, 기분 좋을 때, 다 달라요. 애들하고 똑 같죠.”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작품을 종종 ‘자식’이라 표현한다. 그만큼 인고의 노력으로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창작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듯하다. 닭과 함께 지낸지 15년. 이준동 대표는 마치 자식 자랑하듯 닭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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