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연이랑이 전하는 신선한 이야기
보은 대추농원을 찾아서 |
늦은 오후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 보은의 한 대추 농가를 찾았습니다. 보은을 들어서자 길가에 여기저기 대추 밭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우리가 찾는 곳은 나지막한 산 중턱에 있는 정갈한 대추 밭이었습니다. 대추 밭에 웬 하우스가 씌어져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들어서자 맘씨 좋게 생긴 아저씨 한 분이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얼른 탐스러운 대추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대추 밭으로 안내해 주시네요. "싸주지는 못하니까 따먹는 건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아삭하고 달콤한 대추를
맛보며 이기홍 생산자의 대추 얘기를 들었습니다.
충북 보은은 예전 임금님께
진상이 될 정도로 좋은 품질의 대추가 많이 나온 곳으로 유명합니다. 속리산 자락의 정기를 받아 대추가 자라기에 알맞은 기후이며 보은 지역 대추작목반만 50여개, 대추생산농가만
해도 1,300농가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정말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친환경 농사에 있어 고집 센 이기홍 생산자와의 만남은 정말 훈훈하고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Q.
대추 수확시기는 언제인가요? A. 지금보다는 색이 좀더 진해야 수확할 수 있습니다.그래야 최고로 맛이 좋죠. 지금은 팔라고 해도 안 팔아요. 생대추는 지금부터 11월 초중순까지는 한 달 정도 맛 볼수 있고 나머지는 건대추로 만들어요. 경산은 대부분이 건대추용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9월부터 따기 시작해서 일찍 끝냅니다. 빨리 끝내야 하니까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죠.
Q.
여기는 비가림
(하우스) 을 설치 하셨네요.대추는 모두 노지
아닌가요? A. 노지 대추는 열과가 다 나요.(열과-익어서 터지는 현상) 또 비가 오면 대추는 다 떨어져요. 그래서 하우스를 하는데 이렇게 하우스를 설치해서 농사 짓는 데가 거의 없어요. Q.
대추 수확은 어떻게 하나요? A.하나 하나 따죠. 보통 세 사람이 차례대로 땁니다. 처음 딴사람이 놓치면 뒷사람이 따고 그 사람이 또 놓치면 다음 사람이 따고.. 따면서 상하거나 못쓰는 건 따서 버리는데 그 일도 마찬가지로 놓치면 뒷사람이 따고 그 사람이 또 놓치면 다음
사람이 따고.. 아우! 버리는 게 많아요.
Q.
생대추가 많이 나가나요? A.생대추는 이맘때밖에 못 먹어요.한
달 정도? 보통 건대추를 만들면 40%정도가 손해예요. 1kg을 말리면 400~500g이 날라가죠. 농부는 생물로 파는게 제일 좋죠. 근데 아무래도 생대추는 많이 나가지는 않죠.
A.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버리는게 너무 아깝다는 거예요.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쭈글거리는건 다 버립니다. 보통 수확후 선별은 세 번 이상 하는데 무농약이다 보니 다른 과일처럼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상하거나 벌레 먹을 것들이 있어요. 그런건 나두 못 잡아냅니다. 이것저것 방제에 좋은 실험도 해보면 좋겠지만 농가는 소득과 직결되다 보니 함부로 실험하기도 힘들어요.
또, 판매에 신경 쓰지 않고 농사만 지었으면 좋겠는데 판매까지 생각해야 하면 골치 아픕니다. 다행히 우리집사람이 크기가 큰 비싼 대추들은 은행의 선물용으로 많이 팔아요. 대추는 제일 많이 나오는 크기가 직경 24~26mm예요. 근데 일반 유통은 큰 대추만 찾아요. 제일 많이 나오는 게 중간 크기인데 큰 것만 요구하면 농사를 어떻게 지으란 겁니까? 유통 업체나 생산자 단체들이 상품별 판매를 극대화할 생각은 안하고 가격만 내리려고 해요. 제 값 내고 거래하려는 업체가 없는 거죠. 그럼 농사꾼은 희망이
없습니다. 생산자가 업체에 끌려 다니게 되면 끝이에요. 난 그래서 '너희 아니어도 잘 팔아보겠다'라고 생각했고 그러던 차에 함께 시작해보자는 오창농협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올해도 5군데 정도 협의한 곳이 있었는데 칼만 안 들었지 에잇! 다 도둑놈이야. 이바지나 폐백 음식 하는 곳도 알아봤어요. 근데 거기도 이미 중간 업자들이 딱 차지하고 있어 들어가기가 무지 힘들어요.뭐 또 무농약이다보니 풀 깎는게 제일 힘들죠. 하우스 한동이 300m인데 이쪽 깎고 하루 이틀 지나면 또 올라와서 또 깎고 또 깎고..휴우~~ 마냥 무식하게 농사 짓는게 아닙니다. 새벽 4시면 일어나 하루 종일 계획성 있게 일하는데 이렇게 노동력이 많이 드는 농사인데 내 노동의 댓가를 후려칠라하면 정말 속상하고 더 힘들어요. 여담으로 한 번은 이런일도 있었어요. 한 나무에서 정말 큰 왕대 추들이 몇 개 안 달리는데 주문한 상품에 맛이나 보라고 몇 개 더 넣어줬더니 전화가 왔어요. 이거 혹시 유전자
변형한 대추 아니냐고? 정말 농사 지은 게 맥빠지드라구.
나...참.. 다음부터는
규격 외에 더 큰 대추는 안 넣습니다.
Q.
무농약으로 농사 지으면 그만큼 힘드시잖아요. 무농약 농사를 짓게 된 이유가 있으세요? A. 사실 우리 집사람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어요. 그래서 건강도 생각할 겸 공기 좋은 곳에서 살며 이왕이면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대추는 껍질째 그대로 먹은 과실인데 농약 쳐서 되겠어요?
Q.이 곳 대추 자랑 좀 해주세요. A. 대추나무는 심으면 그 해부터 열매를 맺어요. 사과나 배, 대추나무는 60~70년이 지나도 원목만 좋으면 괜찮습니다. 올해 이 가지에서 맺으면 다음해에 다른 가지에서 나게 하면서 가지를 계속 정리해 주기 때문에 매년 열매를 맺죠. 대추는 꽃이 세 번 피고 핀대로 열매를 맺습니다. 첫 번째 열리는 것은 하우스가 없으면 팽압에 의해 다 갈라져 많이 버리지요. 처음에 이 땅은 사과를 심으려고 퇴비 내고 갈아엎고 수단글라스를 심어 베어내고를 수 차례 반복해서 땅을 만드는 데만 2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보은 대추의 명성을 살려야 겠다는 생각에 대추나무를 심었더니 대추 농사가 잘되드라구요. 20여년 전에 빗자루 병이 퍼져 대추나무가 많이 없어졌거든요. 또 대추는 박쥐나방이 아주 골칫덩이인데 땅을 잘 만드니까 그도 덜해요. 그래서인지 대추 맛도 훨씬
좋아요. 한번 먹어본 사람은 꼭 다시 전화 합니다. 생대추는 상온에 두면 얼마 안가 상합니다. 신선 팩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한동안은 괜찮고 냉동실에 넣었다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 먹어도 샤베트 같아 맛있어요. 보통 여름에 먹을라고 저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름 때까지 못 가요. 중간에 이미 다 빼먹어서 ㅎㅎ(그만큼
맛있다는 얘기죠?^^) 대추 많이 먹으면 여자분들 변비로 고생은 안합니다.
Q.농가에서 가장 팔기 어려운 대추 크기는 어떤 건가요? A.제일 작은것도 아니고 제일 큰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고.. 제일 작은 건 대추 즙이나 가공용으로 사용할 회사에서 가져가고 큰 거는 선물용으로 팔면 되는데 제일 많이 나오는 24~26mm이 팔기 어렵죠. 사실 대중적인게 게 이 크기인데 요새는
큰 것만 찾아요. 요새는 대추 크기가 너무 세분화 되어 있어요.20mm..22mm..24mm..26mm..28mm..30mm 이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선별기 자체를 그렇게 만들어서 농가에 보급이 됐어요.
크기 별로 너무 규격화 하지 않고 대(28~30mm), 중(24~26mm), 소(20~22mm)이렇게만 해도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없죠. 건대추 만들 때도 너무 큰걸루 말리면 주름이 이쁘게 안잡혀 상품성이 없어요.
Q.
주변에도 대추농가가 많은데 모두 친환경 농가인가요? A.아니예요. 내가 옆 과수원보다 먼저 농사 지었는데 과수원(사과)에서 만약 농약쳐서 비산되면 다 책임지라고 으름장을 놨어요. 그리고 농약은 보통 치더라도 바람 안부는 새벽에 치는데 죄다 노인네들 뿐이라 농약칠 인력도 없어요.뭘 사람이 있어야 농약을 치지...껄껄
또 여기 보시다시피 뒤는
산으로 막혀있고 앞쪽이 트여 있어서 그럴일은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자연이랑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대추는 벌레가 많은 과실로 친환경으로 하다보면 벌레집이 많이 생깁니다. 특히 많은 담배나방애벌레는 거미줄처럼 집을 만들고 대추 속살을 파먹는 피해를 줍니다.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친환경 재배는 벌레의 피해가 많다 보니 상품성 있는 과실을 수확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상하거나 흠이 있으면 다 따버리는데 그래서 대추 생산량이 많이 적습니다. (따서 버리는 대추의 양이 생산량의
1/3정도입니다)
생산량이 적더라도, 두 번 세 번 선별을 하더라도 끝까지 친환경 재배를 할 테니 이 수고스러움을 조금만 알아주시고 맛있게 드시면 좋겠어요. 또한 대기업들이 농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었는데 자연이랑과 같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준 SK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SK그룹 임직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데면 정말 좋은 곳이네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
앞으로 많이 생겨야 합니다.
끝까지 친환경 재배를 고집하시는 이기홍 생산자는 정직하게 농사지어 고객들과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자신의 대추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직접 오창농협을 찾아오셔서 자신의 대추 밭을 방문해주길 요청하셨다던 보은단대추농원의 이기홍 생산자 님! 오창농협을 찾았던 이유는
이랬습니다.
"내가 무농약 대추를 하지만 우선 오창농협은 친환경에 대한 관리가 잘되어
있고 마인드가 증말 맘에 들었어요. 다른 데는 한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가격부터 후려치거나 그러는데
오창농협에서는 그러기 전에 이 말부터 하드라고. '1kg가 됐든 100kg가
됐든 처음에는 얼마가 팔릴지 모르지만 시작해보는 게 중요한 거죠'라고. 그게 아주 좋았어"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
처음부터 농산물의 가치를
살펴 보려 하지 않고, 농부의 노력과 철학을 보려 하지 않고 그저 대추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던 한 농부의 마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답니다. '그렇지! 얼마가 팔리던 간에
나랑 같이 해보자는데 1kg이 나가면 어떻고 100kg이
나가면 어때? 함께 해보자는데'
자연이랑과 오창농협이 하는
일이 이렇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농가와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고 서로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아 발전시키고, 잘한 것은 서로 칭찬해주며
상생하는 것! 지금까지 많은 농가들을
방문했지만 하나같이 모두 똑같은 대답을 하십니다. 자연이랑과 오차농협은 농가를
먼저 생각하고 믿어주는 곳이라고......
뭐 자연이랑이 농가들이
대박이 날만큼 판매가 아주 많은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친환경에 대한 의식이
있고 농가와 내 가족, 나아가 환경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자연이랑 고객 여러분이 있는 한 지금의 농가
여러분은 끝까지 함께 할거랍니다^^ 사진 : 김민정 글 : 임혜정 MD
|